2011년 이른 봄.
정처없던 나는 머리를 자르고 한강을 홀로 걸었다.
적당히 부는 바람을 맞으며 가로등 빛이 살짝 바랜 한강의 물결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에 잠겼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끝없는 자기합리화로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데에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나는 왜, 왜 그런 결정을 했고 이런 상황이 되었나. 나는 생각에 잠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기댈 곳이 없어서 나는 누군가의 의지가 되어주는 것으로 늘 위안삼곤 했다. 그것은 거의 항상 잘 맞아떨어졌고, 그럭저럭 홀로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때 비로소 나는 혼자가 된다.
강바람을 맞으며 생각나는 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컬러링, Karina의 Slow motion. 노래가 몇번을 반복하도록 나는 멍하니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내가 왜 그 분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지 나도 잘 알지 못했다. 한번도 그 분을 이성으로 생각한 적 없었다. 그저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걸 통해 내가 위안 받기를 바랬을 뿐이다. 노래가 계속 반복될 수록, 나의 목적은 통화에서 노래로 변해갔다.
I know that you've been calling me,
And I'm happy that we met.
Don't think that I'm not interested.
그 가사가 마치 내게 질문하는 듯 했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나? 그녀를 한번이라도 이성으로 대한적이 있나?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되뇌였다.
2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든, 지금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사랑하는가?의 질문은 사랑했었나?의 과거로 흘러가버렸다.
하지만 그 시제가 어떻게 되었든, 곧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