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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태풍.

 또 한 무더기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나는 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기대해왔다. 하지만 막상 다가온 지금에 와서야 그것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만다. 세월은 반복이다.

 누구나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기 마련이라지만, 내게는 그 후회가 뼈를 깎아내리는 것만 같아서 뒤를 돌아보기가 늘 두렵다. 뒤를 돌아보면 네가 씁쓸한 웃음을 담으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 같아서 꿈에서도 뒤를 돌아보기가 두렵다. 하지만 여전히 네가 보고싶고, 너의 흘러온 시간이 궁금하고, 그립다. 차라리 지금 다가올 태풍 산바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휩쓸고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일말의 걱정조차 하지 않게 말야.

 현실 속에선 애꿎은 비만 내리고, 애꿎은 바람만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