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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F. Chopin Ballade Op.23 - Ballade no.1



 클래식에 대해 좀 아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정말 모릅니다 라고 대답하겠지만

 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 곡을 들어보일 것이다.

 

 내가 이 곡을 처음 알게된건 영화 '피아니스트'에서였다.

 2003년에 제작된 매우 오래된 영화에, 14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 피아노곡이 울리는건 합해도 2~30여분밖에 없다. 주체가 '피아노'가 아니라 '피

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1939년 바르샤바의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을 다룬 이야기다.

 그는 폴란드 국영방송에서 직접 연주를 할정도로 매우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지만, 거대한 전쟁의 불길앞에서는 그

도 그저 한명의 '유태인'일 뿐이었다. 당시 독일의 유태인 말살정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하기 이를데 없었다.

음악에 몸담은 인간이 음악을 버리는 순간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어,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 '식욕'에 의지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비참했다. 더욱이 그는 긍지높은 유태인이었지만, 결국 죽음의 문턱 앞에서

긍지를 버리고 목숨을 부지하고자 했을때 그의 원초적인 인간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자네, 이전에 무슨 일을 했나?"
 "저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렇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을 이끌던 중에 결국 독일 장교 호젠펠트에게 발각당하고, 죽음을 각오하던 그에

게 다가온 한마디는 본능에 잊혀져간, 한때는 그의 전부였던 한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피아노'... 그리고 그가 연주

하는 쇼팽의 발라드 1번.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은 미숙한 나에게, 그 곡에서 느껴진 감정은... 끝없는 벅차오름.

 적막, 그리고 피아노 건반 하나하나가 하나둘 쳐질때 느껴지는 그의 고독, 그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빼

앗긴 채, 혼자 남겨진 고독과... 절규.

 그리고 그 속에서 잡은 단 하나, 피아노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단지 영화 속에 들어간, 다른 작곡가가 만든 다른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들을때마다 나는 영화 한편을 머릿속에서 다시 상영한다.

 내가 호젠펠트였더라도, 그 곡을 듣는 순간 그를 '유태인'이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써 다시 보게되지 않았을까.



 이 곡은 싸이월드 동호회에서 개인 회원이 연주한거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느낄수있다.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애절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