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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낙엽이 떨어졌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고, 내 마음은 더 날카로워졌다

 저 앙상한 나뭇가지가 한때는 한아름 안고있었던 그 소중한 낙엽들을 다 떨구어 내었듯이, 나도 그렇게 한줌 미련마저 모두 떨구어내렸다.

 하지만 난 이 겨울을 거슬러 벌써 하나의 새싹을 피워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앙상한 나에겐, 그리고 이 춥디 추운 겨울바람에겐 이 새싹이 솟아오른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기나긴 겨울은 이제 막 시작인데, 나는 찬바람을 가려줄 잎사귀 한장조차 가지고있지 않으니까.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앙상한 나뭇가지가 되었을까,

 나에겐 분명 세상앞에 크게 움츠리던 시절이 있었다. 겨우 12살 먹었을때 나는, 지금 생각하면 겨우 18살짜리 영국소년에게 세상을 배웠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기도 전에 그 뒷모습부터 보게 되었고, 나는 밤과 인연을 맺었다. 자신감이 넘치고 무엇이든 소신있게 밀고나가던 나는 그저 Len과 아웃사이드의 세계 안에 있을 때 뿐이었다. 한때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세인트 테일이라는 만화처럼(나는 절대 소녀도 아니고 불쌍한사람 도와주는 도둑놈도 아니었지만) 나는 밤에야 비로소 빛이 나는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그랬던 나였기에, 밤을 놓아버린 순간 이렇게 앙상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밤은 언젠가 놓아버려야만 했던 일이었지만, 이미 바뀌어버린 나는 평소 가면을 써온 것처럼 다시 움츠렸다. 밤엔 그렇게 만만하던 세상이 무서웠다. 하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은 이미 바뀌어있었기에 이따금 나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렌에서 진희의 무게를 감당해온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사람들을 이끌고있다. 가면을 쓴 나와 쓰지 않은 나는, 이제는 적절히 섞여서 미숙하게나마 사람들을 이끌게 되었다. '위드큐브'... 그때에 비하면 이끌 인원은 많지만, 목숨 걸 일이 아니다보니 마음은 편하다. 이것으로 나를 더 되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어느새 너무나 우유부단해져버린 내가 아니라, 이전의 자신감이 넘치던 내가......그립다.